그 1.

 

 

 

 

      붉은 검사가 말씀하셨다

      저 이름없는 작은 숲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너무도 강렬한 빛에 눈이 멀 수 있으니

 

      설령 오게 되거든

      절대로 쇠붙이를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하셨다

      피조차도 보이지 않게 될 테니 

 

      절대로 땅에서 떨어지지 말고

      절대로 나무에 붙지도 말며

      절대 물에 발을 담그지 말라 하셨다

 

 

      에라이, 그냥 내가 직접 쓴다!

      (이하 생략) 

 

 

                                                ―아델 마을의 역사 4권 P.152~153(현재 소실)

 

 

 

 

 

 아델 마을.

 케트니아라 불리는 이 대륙에서 북동쪽 변방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규모는 대륙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케트니아 공국(대륙을 통일한 국가는 이 이름으로 국명을 바꾸는 것이 불문율)의 수도권이나 주요 거점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에 비하면 작지만, 변방에 위치하고 있고 그리 중요한 거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큰 편이다. 하지만 대도시와의 교류가 별로 없는 마을이라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고, 나도 마찬가지. 어차피 이 마을 사람들에게 그런 건 의미없기도 하다.

 어쨌건, 이 마을엔 한 가지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다. 위의 저 시가 그것이다. 대부분은 그냥 누가 지어낸 시라고 생각하고 있고 신빙성도 상당히 떨어지는데다, 결정적으로 시의 수준이 낮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이 전설을 아는 사람은 촌장과 나 둘 뿐이였고, 그 촌장도 작년에 별세하신데다 원본은 얼마 전에 사고로 불타버렸기 때문에 나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 '나'는 지금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겠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그 2.

 

 

 

 처음 이 시를 알게 된 건 5년 전이였다.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읽다가 우연히 '아델 마을의 역사'라는 책에서 이 내용을 본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딱히 관심도 없었겠지만, 하필 그 책에는 이 전설이 진짜로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다는 단서까지 같이 딸려있었다. 그걸 본 뒤에 난 촌장님에게 달려가서 이 시에 대해 물어보게 됐고, 그리고 결심했다.

 이 시에 적혀있는 것을 밝혀내자고.

 …그런고로, 이 시의 각 연들을 내가 분석한 것을 이 자리에서 밝혀보겠다.

 

      붉은 검사가 말씀하셨다

      저 이름없는 작은 숲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너무도 강렬한 빛에 눈이 멀 수 있으니

 

 처음엔 저 이름없는 작은 숲이란 말에 당황했다. 이 마을 근처에는 이름없는 숲이 없기 때문이라서…라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어이가 날아갈 이유였다. 조금 더 찾아보고 금방 알았지만, 지금 아델 마을 북쪽에 위치한 플론의 숲은 전설이 기록될 당시인 400년 전 무렵엔 이름이 없었다고 한다. 이걸로 장소는 저 숲으로 확정.

 붉은 검사는, 그냥 이런 전설에 같이 내려오는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아마 400년 전에 있었던 어떤 일을 해결한 당사자겠지만, 최소한 이 시가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마지막 행은, 다음 연과 이어서 해석하겠다.

 

      설령 오게 되거든

      절대로 쇠붙이를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하셨다

      피조차도 보이지 않게 될 테니 

 

 체감상 1연보다는 해석하기 쉬웠다.

 쇠붙이와 피에서, 이 것이 수많은 희생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400년 전 실제로 무슨 사건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있으니 아마 전자겠지. 피조차도 보이지 않게 된다는 건, 이게 알려지게 되면 분명 참극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것 같다.

 

      절대로 땅에서 떨어지지 말고

      절대로 나무에 붙지도 말며

      절대 물에 발을 담그지 말라 하셨다

 

 바로 이 부분이, 지금 내가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이유다.

 어떤 식으로 해석해봐도, 도저히 이렇다고 할 해석이 나오지 않는다. 첫번째 행은 그나마 해석해볼 여지가 많긴 한데, 두번째 행이 암시하는 걸로 보이는 나무 사이의 빈 공터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데다가, 결정적으로 이 숲엔 물웅덩이 같은 것이 없다. 분명 어딘가 위치를 암시하는 것 같은데, 전혀 풀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 제일 중요한 '위치'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주제에 대체 5년동안 뭘 해왔냐고 물을 것 같은데, 그 대답은 굳이 말로 하지 않겠다.

 

      '서걱―'

 오른손에 들린 삽이, 땅을 힘차게 찍는다.

 

 

 

 

 

 

 그 3.

 

 

 

 

      "촌구석이네."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하는 말이 그딴 말이냐! 넌 예의라는 것도 몰라?!"

      "맞잖아요. 마을도 작고."

      "현대와 중세를 비교하지 마!"

 이 놈의 무개념에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옛날옛적에 재미로 연기하던 시절의 나조차도 이 놈에 비하면 상식인이겠지. 암, 그렇고말고.

      "이런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그만하고, 이 마을이 무슨 마을인지 설명이나 하세요."

 …….

      "……아델이라는 마을이야. 뭐 어쨌건 대륙의 구석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인 건 맞지."

      "맞네, 촌구석."

      "내가 따지는 건 예절 문제야!"

 마을 입구의 길가에서 잠깐 헛기침을 하고, 난 다시 이 민폐 선교사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규모는 이런 촌구석 치고는 상당히 커. 수도권의 웬만한 도시들과 비슷한 수준이라서 그런지, 아까 본 것 처럼 외벽까지도 있어. 발전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촌구석 치고는 이례적이지?"

      "그건 그렇네요. 왜죠?"

 파누엘이 그렇게 물어볼 무렵―

      "어이, 거기 두 분! 이 세계에 막 도착하신 모양인데 가이드 필요하지 않습니까?"

 ……라면서 꽤나 건들거리는 남자가 이 쪽으로 온다. 나이는 골격이라던지 머리색이나 피부 상태 등을 볼 때 약 26세. 이 세계 토박이 아닌 건지 마법은 다루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됐어. 5년 정도 전에 여기에 왔던 적이 있어서."

      "그렇습니까? 그거 아쉽게 됐네요."

      "이계에서 관광 온 사람들에게 가이드 일을 하는 건가? 돈은 잘 버나?"

 파누엘이 의아한 듯 중얼거리자, 저 남자는 슬쩍 파누엘의 얼굴을 보다가 시선을 거기서 아주 살짝 내린 후, 날 보면서 한 마디 한다.

      "인생의 승리자시네."

      "…………………실상을 알면 그 말 절대 못 한다에 400만 원 건다."

      "네? 무슨 말씀이신가요? ……여하간, 생각보다 수입은 짭짤해요. 한 달에 대충 300만 정도 법니다."

 300만?! 들이는 수고에 비해선 확실히 싼데?

      "근데 300만이면 얼마나 버는 거죠?"

      "300만이면, 대충 얼마로 계산하면 되던가……"

      "비교하기 편한 공용 화폐로 계산하면 20만 정도는 돼. 최근에 들렀던 곳과 비교하면 120만 원 정도는 되고."

 얼추 감은 잡았는지 "아하~"하면서 다시금 차를 꺼내 마신다. 대체 저 수녀복의 허리 어디에 저런 찻잔을 달아놓을 수 있는 걸까?

      "여하간…… 이름은?"

      "네? 저요? 저는 유스리스 긴날이라고 합니다."

 ……………저 이름이 영어로 지은 것이 아니길 바란다. 영어로 지은 거라면 '쓸모없는 긴날'이 되니까.

 유스리스 긴날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이 남자는, 아직 젊어서 그런지 노동을 좀 많이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키(이 정도면 182cm 정도 되겠네)에 비해 상당히 마른 편이다. 

 머리색은 갈색, 눈은 보라색…… "이 대륙에서 보라색 눈은 보기 힘들던데." "아, 이거 렌즈에요." "……."

 렌즈를 쓰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이 세계의 토박이는 아니다. 원래는 학자파처럼 보이는 외모지만, 학생 시절에 어딘가에서 엇나갔는지는 몰라도 꽤 불량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 자세나 말의 억양에서 느껴진다. 지금은 희미한 걸 봐서는 대충 3~4년 정도 전에 갱생당한 모양인데, 대체 어떤 방법으로 갱생했길래 이런 신사로 재탄생했을까?

      "그나저나, 이 세계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

 ? 저런 걸 초면에 묻는 건 실례 아닌가?

      "딱히 대답해야 할 이유는 없―"

      "뭔가를 찾으러 왔어요."

 하지만 파누엘에게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 모양이다. 좀 꺼림칙하긴 하지만, 파누엘이 이미 말해버리기도 했고 말해봤자 뭔가에 이용할 구석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파누엘, 모르는 사람에게 자꾸 우리 신상 까발리지 마. 후우…… 이미 말해버렸으니 그냥 말하는게 낫겠네. 우린 서로 다른 걸 찾기 위해 잠깐 협력해서 다니는 중이야."

      "무언가를 찾는다라……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도와드릴 일이라? 대체 무슨 생각인가 싶어 긴날을 봤지만, 긴날의 시선은 파누엘에게 가 있다. 이런, 반해버렸구만.

      "도와주실 수 있는 일이라면야, 있죠."

 아무 생각 없이, 파누엘이 기쁜 듯이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으아, 역겨워.

      "어떤 건가요? 아름다운 아가씨가(―……순간 구역질이 났다―)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드릴게요."

 긴날이 순수하게 기뻐하면서 파누엘의 두 손을 잡고 말했다…… 그래, 이게 느끼하다는 거였지. 하도 오랜만에 겪는 거라 순간 기억이 안 났네.

 그런 긴날을 향해, 파누엘이 물었다.

      "혹시, 이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같은 거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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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하라는 수능공부는 안 하고 끄적끄적거리고 있었던 분량까진 아직 멀었습니다.

프로토파에 비해서 내용상 좀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대체적으로는 거의 동일합니다.

 



다음엔 2화와 각종 스포일러 해설입니다.
Posted by 쿠루미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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