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8.

 

 

 

 만세.

 오늘도 허탕이다.

 예상보다 땅이 좀 더 단단해서, 결국 총 작업시간 2시간 반 만에 목표했던 깊이를 채우게 됐다. 이제는 완전히 일상이라서 별 감흥이 없다. 삽날을 자루에서 분리해 허리춤의 벨트에 매어놓고, 잠깐 다리를 풀었다.

      "합!"

 수직에서 살짝 기울여 점프. 약 6m 정도를 뛰어올라서, 다시 벽을 박찬다. 그렇게 다시 점프해서 반대쪽 벽을 밟고, 이 것을 반복했다. 삼각점프 하나만으로 그렇게 간단히, 60m 깊이의 구덩이에서 지상으로 올라왔다.

 예전엔 이렇게 삼각점프를 할 때 적어도 50번은 박차야 되서 올라오고 나면 상당히 지쳤었는데, 이제는 단련이 됐는지 고작 15번만 시도해도 올라올 수 있다. 그다지 지치지도 않았다고 생각해서, 당장 다시 삽을 조립하고는 아까 파올렸던 흙들을 다시 구덩이에 밀어넣는다. 시간은 덜 걸리겠지만 피곤한 건 더 하니, 빨리 끝내고 마을로 돌아가서 점심이나 먹어야지.

 

 다시 1시간 반이 지나, 대충 정오보다는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메꾸는 작업을 끝냈다. 그 뒤엔 어제 작업했던 구간의 네 귀퉁이를 표기하는 깃발들을 뽑아서, 오늘 작업한 곳에 꽂는다. 대충 4×4m 정도의 크기다. 처음엔 이 정도 크기를 한 번 작업하는데 약 사흘~나흘 정도 걸렸지만, 이제는 하루도 많고 2시간 반 정도면 충분하다… 제길, 이리 주절거리니 진짜로 내가 좀 무서워진다.

 이 뒤엔, 가방에 넣어뒀던 지도를 꺼내들어 오늘 작업한 장소를 표시한다. 적어놓고 보니, 전체 숲의 약 80% 정도가 칠해져있다. 나머지 20% 중 태반을 차지하는 숲의 중심부엔 아직 표기가 전혀 되어있지 않지만, 일단 활엽수림은 거의 다 조사했다. 앞으로 길어야 두 달 정도면 활엽수림 쪽은 조사가 끝나겠네.

 ……앞으로 남은 구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실제로 존재할 것이라 생각되는 침엽수림은 아직 건드리지 않았지만, 대체 거기선 어떻게 조사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냥 땅을 파고는 싶어도 수호림들이 심어져있는 곳이라 지금처럼 이렇게 무턱대고 조사하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숲의 중앙부에는 옛날에나 있었다던 괴물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실제로 습격당했다고 증언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실화인 것 같긴 한데, 대부분의 다른 세계 사람은 저 숲의 중앙부에 들어가는 일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뭐가 있는지 밝혀지진 않았다.

 ……이 정도로 단련됐다면 어찌어찌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괴물이라는 게 그리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녀석은 아니잖아. 그래서 걱정이다.

      "후우…… 빨리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렇게 고민해봐야 이렇다할 결론도 나오지 않느다.

 일단, 돌아가자.

      "으랴!'

 

 

 

 

 

 그 9.

 

 

 

      "여어, 폴스! 이제 돌아오냐!"

      "헹겔 아저씨! 오늘도 수고 많으시네요!"

 마을 근처의 나무들을 손질하고 있는, 소갈머리 탈모가 진행중인 넉살 좋은 아저씨가 반겨준다. 오른손은 원예용 가위를 쥐고 힘차게 움직이고 있고, 왼손은 손질하는 나무를 세심하게 만지면서 깎이는 것을 조절한다. 신이라도 들린 것 같은 솜씨로 나무를 손질하는 것을 보면, 당장 여관 때려치고 원예업에 종사하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여관 일을 하면서 왜 이런 일은 하시나, 그리고 그 쪽으로 종사하고 싶은 생각은 없냐. 하지만, 그 때 대답은 이랬었다.

      '이렇게 미관을 좋게 만들면, 관광객이 좀 더 늘지 않겠니? 최소한 그랬으면 싶단다.'

      '지금까지 여관업만 해왔어도 즐겁지 않은 때가 없었지. 그런 생활을 버리고 싶진 않아.'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구경이나 하고 있다.

      "뭘, 다 벌자고 하는 일인데 고마워해서야 쓰나. 그래, 레비가 이번에 사과파이를 너무 많이 만들었다는데 먹으러 올래?"

      "사과파이요? 먹고는 싶은데, 집에 가서 가속들과 먹어야 하니까 무리겠네요. 죄송해―"

      "그게, 너무 많이 만들어서 어쩔까 고민하다가 너희 가족도 다 초대했단다."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언제 가면 되죠?"

      "지금쯤 다 구워졌을 거다. 나도 이 나무 손질이 거의 끝나가니까 곧 가… 옳지, 다 됐다!"

 다시금 걸작이 나왔다.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저런 걸 봐도 박수만 칠 뿐이다.

      "……팔면 얼마나 나오려나."

      "원, 농담도. 이 정도는 흔한 편이라고."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는 헹겔 아저씨. 아, 진짜 저 작품들은 언제봐도 저걸로 여관 수입 증대를 노리느니 차라리 저쪽으로 업종을 전환하는게 백 배 낫다고 생각되는데, 아깝다. 진짜 아깝다.

      "그럼 먼저 갈까요?"

      "아니, 같이 가자. 일도 다 끝났으니까."

      "그럼 빨리 가요. 지금까지 삽질하다 와서 그런지 무진장 배고프니까요."

 

 

 

 

 그 10.

 

 

 

 

 

      "기다리는 건 그렇다치자."

      "그런데요?"

      "근데 왜 대낮부터 술집같은 데 들어가자는 거야?"

 술집 입구에서 들어가자고 조르는 파누엘을 뜯어말리는 프릭츠.

      "왜요? 대낮에 술 마시는 것처럼 맛있는 것도 없다고요."

      "……하지만 난 안 그렇고, 그런 쓸데없는 일에 투자할 돈 따위 없어."

      "어차피 도박으로 또 따면 되잖아요?"

      "여기에 도박하는 곳이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런 말을 길거리에서 하는 건 좀 그만두면 안되냐?!"

 이런 길거리에서 이런 소리를 해다다가 다른 사람이 경계도 하게 되면 마을에서 편히 지낸다는 건 말 그대로 안녕이 되어버린다. 옛날처럼 거의 절대권력에 가까운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 지금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간 수많은 애로사항이 꽃피게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경을 써줘야 하는데… 불행히도 파누엘은 그런 건 전혀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프릭츠는 골치를 썩힌다.

      "여하간, 놀려면 다른 곳에서 놀아. 너 선교사잖아, 좀 더 건전하게 놀아야 하는거 아냐?"

      "선교사가 항상 건전하게 놀라는 법 있나요?"

      "……너 선교할 생각이 있긴 하냐?"

      "제가 믿는 신이 무슨 종교의 신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선교를 해요?"

 이 말에, 프릭츠는 상당히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 그… 그 말은 한 적 없잖아! 지, 진짜야?!"

      "네. 어딜 가던 이 신은 분명 존재하고 계시는데 굳이 종교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아, 빌어먹을 신 아저씨, 제발 이 놈에게 개념이란 걸 좀 내려줘라, 제발."

 그 말과 함께, 프릭츠는 머리를 양 손으로 부여잡으며 그 자리에 쭈그려 앉는다.

      "그럼, 들어가요."

      "……안돼. 차라리 그냥 여관 식당에서 밥이나 먹자고."

      "거긴 술이 없잖아요―!"

      "술 없어도 살 수 있잖… 참, 너 차는 이야기할 때만 마신다고 했지."

      "그 편이 이야기할 때 재미있잖아요?"

      '이 쯤 되면 진짜 어떤 세계에서 왔는지 궁금해진다. 분명 생긴 거나 사고 패턴은 서양식인데 버릇은 죄다 재패니메이션에나 나올법한 막장인 거냐고.'

 이런 생각에 프릭츠가 또다시 머리르 감싸쥐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꾸르륵―'

 파누엘의 배 쪽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잠깐 파누엘은 얼굴을 붉혔다가, 난데없이 프릭츠에게 오른손을 날린다. 아침의 그 등짝처럼 어이없이 헌납해줄 생각은 없었는지 금방 막아냈지만.

      "그러게 빨리 들어가자고 했잖아요!"

      "……술집 안주로 점심을 때울 생각이였냐?!"

      "하지만 여관같은 데선 고기 못 먹잖아요?"

      "이 마을 밖에서 소 키우는거 못 봤냐?!"

 잠깐 파누엘의 표정이 멍해진다. 이윽고 뭔가를 기억해내려는 모습을 보이다가, 드디어 기억해냈다.

      "맞다! 목축지가 하나 있었지?"

      "……이래도 여관 안 갈래?"

      "전 스테이크요!"

      "…………뭐, 육식을 허용하는 종교도 많으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파누엘이 주점에 들어가려 하는 것은 간신히 막았다. 파누엘은 술만 들어가면 상당히 포악해지기 때문에, 술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으면 이 마을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어쩔 수 없이 미리미리 단속해야 한다. 파누엘의 그런 술버릇을 저주하고 또 저주하는 프릭츠였다. 

 

 

 그 11.

 

 

 

      "자! 사과파이 나왔습니다~!"

 어째 사십줄은 넘겼을텐데도 젊은 아가씨와 비교해 손색이 없는 외모 그대로인 레비 아주머니. 헹겔 아저씨와 함께 여관 '사과나무'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가족과는 할아버지 대부터 친하게 지내왔던 분들이라, 가끔 이렇게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한다. 손님들께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 이 시간은 점심시간이라 어느 정도 시끌벅적한 시간이고, 무엇보다 지금 당장은 손님이 별로 들어오지 않을 시각이다. 그 틈을 이용해 먼저 점심을 먹는 것이다.

      "우와― 레비 아줌마, 오늘도 진짜 맛있어보여요!"

 여동생이 벌써부터 아부한다. 맛있어보이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정작 레비 아주머니는 손을 내저으면서 웃으며 부인할 뿐이다.

      "후후, 아직 먹지도 않았잖니. 어서 먹어보렴."

 내 동생도, 우리 부모님도, 헹겔 아저씨네 식구들도, 물론 나도, 모두들 우렁차게 외쳤다.

      "잘 먹겠습니다!"

 바깥 사람들은 우리 마을 사람들이 식사하기 전에 기도드리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 우리 나라는 딱히 국교라던가 하는 것이 제정되지 않아서 굳이 종교를 믿어야 한다던가 하는 일이 없다. 애당초 왜 우리가 굳이 기도해야 하나? 그냥 속으로 감사하면서 먹으면 되는 것이지, 굳이 선량한 척 눈에 빤히 보이는 기도를 하는 위선을 떨 필요는 없잖아. 그런데 그런 것이 바깥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상식이 된 모양인 것 같은데 대체 왜일까?

 아니지, 밥 먹는데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는 없지. 빨리 한 입 베어물고 맛이나 즐기자.

 …….

 언제나 그렇듯 맛은 좋다. 평소같았다면 무의식적인 척 하면서 왼손을 주먹쥐고 있는 힘껏 들어올리며 '오오오오오!! 사자 기운이 솟아난다!'고 외치는 둥 과장하면서 극찬했겠지만, 아까 땅을 팔 때 긴날이 했던 말이 신경쓰여서 그럴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말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어서, 대충 한 마디 한다.

      "마약 대신 써도 되겠는데요."

 원래대로라면 레비 아주머니가 기뻐했겠지만, 이번 내 비유가 그리 마음엔 들지 않았나 보다.

      "……칭찬인 건 알겠는데, 그거 실례되는 말… 그 이전에 마약이 뭐니?"

      "한 번 맛 보면 몇 번이고 먹고 싶어지는 거. 원래는 안 좋은 거긴 한데, 바깥에선 이런 점만 보고 이렇게 극찬할 때 비교하는 대상으로 쓰기도 해."

      "바깥 세계에서 쓰는 말 너무 갖다 쓰지 마."

 ……내 여동생 녀석은 항상 저리 날카롭게 군다니까.

      "어차피 가끔씩만 쓰는데 뭐. 어떻게 말하든 맛있는 게 달라지진 않잖아."

      "그건 그렇지."

 그리고 다시 나와 여동생은 들고 있던 파이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워낙 맛이 좋아서 한 조각은 금방 해치웠고, 추가로 두 조각을 더 먹어서야 간신히 손을 좀 늦출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양이네. 그러고보니 네가 말하던 그건 찾았어?"

      "아뇨, 레비 아주머니. 지금까지 대략 80% 정도는 찾아봤지만, 아직까진 아무런 단서도 못 찾았어요."

      "어? 그 정도밖에 안 남았니?"

 아버지가 놀라신다. 어머니도 덩달아 놀라긴 하지만, 숲에는 전혀 가지 않으시다 보니 그리 와닿지는 않는 모양이다.

      "네, 하지만 나머지 20%는 숲의 중앙부분이에요. 뭔가 있을 가능성은 그 쪽이 제일 높긴 한데, 거긴 소문도 있고 혼자서 들어가기는 좀 위험할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그래서? 거기에 들어갈 방법을 찾았는데, 그래봤자 아무것도 없으면 그 뒤엔 뭘 할거야?"

      "아무것도 없으면? 그러면 포기해야지. 그 때는 여기에 취직이라도 해 볼까?"

      "……농담이지?"

      "아니 왜 그래? 폴스 정도면 충분히 일 잘 할 것 같은데."

      "무슨 소릴! 이 녀석이 여기서 일하기엔 이 가게가 아깝다고. 이 놈은 그냥 농사나 지어야지, 농사나."

      "에? 농사라니, 뭐가 농사에요? 솔직히 농사 쪽이 배는 힘들지 않아요?"

      "하지만 굳이 능력이 좋지 않아도 할 수 있으니까.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잖아."

 다들 멋대로 내 장래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그냥 한 마디만 하고 말았다.

      "뭐, 그렇죠. 하지만 이 쪽이 사람은 많이 만날 수 있으니 더 좋아요. 능력이야 배우면 되는 거고."

      "이, 이 녀석이! 가업을 이을 생각도 안 하고!"

      "에니, 여관일 하면서 겸업해도 되잖아요. 어차피 일은 바쁠 때 빼고 의외로 한가한 일이니까요. 안 그래요, 여보?"

      "어? 어, 어… 뭐 그렇기야 하지."

      "그럼, 슬슬 여관업 준비나 하는 게 낫겠네요. 하하하."

      "폴스!"

 이런 식으로, 우리 가족의 식사는 항상 유쾌하다. 여관에서 뭐하자는 짓이냐고 할 지도 모르겠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은 손님이 없다.

 

 

      "고기, 고기, 고기!"

      "시끄러, 그렇게 떼 쓴다고 곧장 먹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지, 이제는 없'었'다고 해야겠네.

 시끄럽게 싸우는 둘이 여관에 들어왔다. 굉장히 튼튼해보이고 실용성을 중시했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이상한 가죽옷을 입은 검은 머리의 남자와, 어떻게 봐도 케트니아 대륙에 있을 법한 디자인은 아닌 수도복을 입은 여성이다. 무엇보다 이 세계 사람이 아니라고 증명하는 것이, 저 사람들은 지금 차원 공용어를 쓰고 있다.

      "에이, 이렇게 떼 좀 쓰면 프릭츠가 알아서 어떻게든 해결해주지 않겠어요?"

      "내가 뭐든 해결해주는 척척박사냐?"

      "맞잖아요. 그러니 빨리 해결해주세요!"

      "좀 느긋해지면 어디 덧나십니까?!"

      "느긋하게 있다간 먹을 거 다 뺏긴다고요. 남들에게 다 뺏기기 전에 내가 챙길 건 다 챙겨야죠."

 ……프릭츠라 불린 그 남자는, 저 수도녀를 어이없다는 듯 빤히 쳐다보다가 자기 얼굴을 오른손으로 덮으며 한숨을 쉰다. 그러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내가 앉아있는 곳의 바로 옆 테이블에 앉는다. 우리 가족들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궁금해했지만, 왠지 알려주지 않는 게 좋겠다 싶어서 굳이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시키고, 느긋하게 기다려. 알간?"

      "그냥 프릭츠가 닦달해서 당장 만들어주세요. 오케이?"

 양 손을 붙접고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살짝 꺾는다…… 저런 애교도 하고, 프릭츠라는 저 청년은 참 좋겠네.

 하지만 저 남자―겉보기만으로는 나보다 약 4살 정도 적은 것 같다―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오케이고 뭐고 그딴 애교 부리지 마! 역겹다고!"

 라고 윽박지르고는, 주변을 잠깐 둘러보다가 나와 눈이 잠깐 마주친다.

      "아, 죄송합니다. 이 정신나간 선교사 때문에 요즘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요."

 의외다. 우리 대륙에서 쓰는 언어에도 상당히 능숙하다.

 선교사…………라고? 아무리봐도 선교사라고 하기엔 성격에 심히 문제가 있어보이는데?

 여하간 프릭츠라는 그 남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사과한다. 바로 옆의 뭔가 문제있어보이는 선교사와는 달리 기본적인 예절을 갖춘 것 같다.

      "아뇨, 저희도 원래 떠들고 있었으니까 별로 문제는 없어요."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근데 저런 분과 같이 다니시고 좋으실 것 같은데 왜 그리 신경질을 내시죠?"

 갑작스럽게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심각하게 당황한 모양이다.

      "…………저희가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들, 다 들으셨어요?"

      "네. 저랑 여관 아저씨, 아주머니만 알아들은 거 같으니 그리 쪽팔려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무래도 이렇게 다른 사람이 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하게 쪽팔리는 모양이다. 한숨을 땅이 꺼져라 푹푹 내쉬더니만, 조용히 한 마디 한다.

      "이 녀석과 함께 있다간, 수명이 적어도 300년은 줄어들 거다."

      "저기요, 오히려 신경 팍팍 쓰니까 오히려 수명이 늘어나지 않겠어요?"

      "파누엘…… 자각하고 있으면 좀 시정해주면 안되겄냐?"

      "왜요? 다른 분들이 제게 맞춰야지."

 프릭츠 씨가 왜 저러는지 알겠다. 저런 말을 허브티를 마시면서 거리낌없이 하는 파누엘 씨를 보니 왠지는 몰라도 고생길이 훤할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든다.

      "저기, 아주머니?"

      "네?"

      "메뉴판 좀 주실 수 있으신가요?"

      "벽면을 보세요."

 잠깐 멍하니 있다가, 메뉴판을 보고는 파누엘 씨에게 해석해준다.

      "흠… 사과 스파게티라는 걸로 주세요. 무슨 음식인지 궁금해요."

      "호오, 스파게티에 사과라? 그냥 소스에 사과즙이 좀 들어간 정도겠지. 메뉴에 따로 올린 걸 보면 분명 원래보다 맛이 좋을 것 같긴 한데 그것만으로 돼?"

      "상관없어요."

      "그러면 사과 스파게티와 양고기 모듬스테이크 하나씩 주세요."

      "음… 조금 걸릴지도 모르겠는데, 괜찮겠어요?"

      "기다리죠. 어차피 긴날이란 애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되니까요."

 ………긴날?

      "어머, 긴날을 아세요?"

      "네, 그 사람이 누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거든요."

      "……혹시, 무슨 전설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 때문 아니에요?"

 내 물음에, 프릭츠 씨는 잠깐 놀라더니만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 쪽을 바라본다.

      "……오늘 운은 나쁘지 않은 모양이군요. 저는 프릭츠 브레이브, 일단은 차원 방랑자입니다. 옆에 있는 자칭 선교사이자 타칭 민폐 폭탄인 파누엘과 함께 이런 전설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저는 나 폴스 라하르. 이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 비스무레한 것의 진위를 밝혀내려 시도하는 평범한 백수입니다. 당신이 찾는, 이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기도 하고요."

 프릭츠 씨의 갈색 눈―이 대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저 쪽도 마찬가지로 날 응시하면서, 우리 둘은 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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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그 11을 제외하고는 원본과 다른 구간은 거의 없습니다.

그 11은 올릴 때 완전창작.


이번엔 살짝 바꿔서, '그' 별로 해설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스포일러를 자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요약글로 처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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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4화, 그리고 마찬가지로 각 "그"에 대한 해설을 하겠습니다.
Posted by 쿠루미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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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I.F.사가라는 주인장 뇌 속에서 이리저리 자유영 접영 배영 횡영 다 하고 다니는 세계관을 다루는 블로그입니다. 룰루랄라. by 쿠루미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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