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검사가 말씀하셨다

      저 이름없는 작은 숲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너무도 강렬한 빛에 눈이 멀 수 있으니

 

 

      "야! 오늘도 그런 헛소리 하덜 말고, 빨리 농사일이나 도와!"

      "무슨 소릴! 오늘은 진짜로 보물 탐사하기에 좋은 날씨라고요!"

  나의 말을 듣고 모두들 한숨을 쉰다. 나도 따라서 한숨을 쉬며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침엔 날 찾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설령 오게 되거든

      절대로 쇠붙이를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하셨다

      피조차도 보이지 않게 될 테니 

 

      "이젠 벌써 25살이나 됐잖니. 이제 그런 유치하고 헛된 꿈은 버리는 게 낫지 않겠니?"

      "고고학을 우습게 보지 마시라고요!"

      "넌 고고학자도 아니잖니."

 할 말이 사라진 나. 고고학은 커녕 학교 자체가 없는 곳인데 이런 소리를 하니 말문이 막히는 것도 당연하다.

      "전설이라는 것도, 그냥 누군가가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야. 게다가 지금 그 전설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이제 너 하나뿐이잖니?"

      "그 전설은 무언가가 저 숲에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어요. 그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있었고, 사람들이 그걸 안 봤을 뿐이잖아요!"

 이리 열을 올리다가, 새삼스럽게 무슨 짓을 하고 있었나 싶어 진정하면서 한숨을 쉬는 나.

      "…뭐, 됐어요. 어차피 숲 조사도 거의 다 끝나가니까, 그 때까지 아무 단서도 못 찾으면 포기해야죠."

 말은 이렇게 해도, 평소와 다름없이 짐을 싸고 오른손으로 삽을 쥐면서 흥얼거린다. 그 광경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나의 아버지가 내게 질문한다.

      "그 때는 뭐하려고?"

      "농사해야죠. 평소에도 오후엔 집안일 도왔잖아요."

 

 

      절대로 땅에서 떨어지지 말고

      절대로 나무에 붙지도 말며

      절대 물에 발을 담그지 말라 하셨다

 

 

 짐을 다 챙기고, 삽을 한 번 휘둘러보고픈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면서 말했다. 

      "그럼 슬슬 출발할게요.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여느 떄처럼 점심에 돌아오니까 그 때 일 시키시―"

      "자, 잠깐!"

 현관문을 딱 열려는 순간 아버지가 만류했다.

      "―네?"

      "몇번이고 말하지만, 위험한 짓은 하지 말거라."

      "에이, 제 몸 잘 아시잖아요. 그리고 이미 어엿한 성인인 26살이에요, 그 정도에 몸이 상할 리 없죠."

 가벼운 복장에, 각종 발굴 도구를 담은 가방을 마지막으로 고쳐멘다. 가볍다면야 당연 좋겠지만, 30파운드는 족히 나가서 그런지 빈말로도 가볍다고 할 순 없다. 이 나이대에 이리 말하는 게 엄살처럼 들리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벼운 쪽이 고생이 덜하니까 내심 이리 바라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문을 열고, 나는 적절한 아침 햇살을 잠깐 손으로 가리면서 흥얼거린다.

      "오늘도 북쪽 숲으로~ 아침 햇살 받으면서 오늘도 땅을 뒤집어보세~"

 

      에라이, 그냥 내가 직접 쓴다!

 

 

      "이 길이 맞긴 맞아요?"

      "아무리 기억이 오래됐다고는 하지만, 그 때 자주 다녔던 곳인데 기억이 안 나겠냐?"

 갈색 사제복을 입은 여자의 말에, 상당히 커다란 검을 등에 메고 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가 빈정대듯 답한다. 자연산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검은 머리를 살짝 집어 꼬아보면서, 잠깐 중얼거리다가 입을 닫는다.

      "그런데 왜 마을이라고는 코뺴기도 안 보이는 거에요? 그 기억이란 거 실은 짝퉁 아니에요?"

      "게이트에서 나오고 고작 3분밖에 안 지났잖아! 걸어서 가고 있는데 그렇게 빨리 나오길 기대하는게 이상한 거야!"

      "아니, 천하의 프릭츠라면 축지법으로 편하게 가지 않을까 해서 기대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고작해야 19세 이상은 되어보이지 않을 어린 수녀의 배신감 충만한 말을 듣고, 최소한 이보다 5년 이상은 더 살아왔을 법한 갈색 눈의 남자는 아까는 참았던 한숨을 결국 내뱉는다.

      "파누엘…… 제발 그렇게 얼토당토않게 편하게 갈 생각만 하지 말라고."

      "네? 여행이란 건 원래 편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슬슬 뒷목에 손이 가는 남자. 프릭츠라 불린 이 남자는 한숨을 한 번 더 쉬더니, 파누엘을 보고 말한다.

      "어떻게 100일 이상 같이 여행다녔는데도 전혀 발전이 없냐."

      "전 발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니까요."

 ……이젠 말 없이, 자기 얼굴을 오른손에 파묻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65536차원에선 이런 일은 항상 있다는 듯이 여유롭게 찻잔을 들이키고 있는 파누엘을 보니 괜히 좌절하고픈 프릭츠였다.

      "……어쨌거나, 아델 마을은 아까 말한 대로 그리 멀진 않아. 이 정도 속도면 앞으로 1시간 정도만 걸어도 나올 거야."

      "너무 멀어요."

      "그 정도 참을성은 보여, 임마!"

 '용케도 이런 놈을 세 달 넘게 데리고 다녔구만. 후우……'라는 생각을 하면서 프릭츠는 고개를 갈래갈래 젓는다.

      "이번 마을에선 찾을 수 있으려나요?"

 파누엘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자주색 생머리를 살짝 만지작거리면서 프릭츠에게 물었지만, 프릭츠는 무시한다.

 당장 날아가는 파누엘의 발. 등짝에 아주 제대로 들어갔다.

      "아옳?! 야 이 자식아, 갑자기 왜 차?!"

      "찾을 수 있으려나요? 네?"

 잠깐 늦게 대답했다고 등짝을 걷어차였다는 걸 알자, 프릭츠의 눈에서 잠깐 초점이 사라졌다.

      "……………………………이 자식아! 굳이 그런 말에까지 대답을 해야겠냐?! 모르는게 당연하잖아!"

      "제 말엔 곧장 대답을 해주셔야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너 머리 안 나쁘잖아! 제발 생각 좀 하고 살라고!"

 ……이렇게 티격태격하면서,  일반적인 정신력으로는 절대 버틸 수 없을 콤비는 아델 마을이란 곳으로 계속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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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단편문학제로 내려 했다가, 웬만한 라노베 1권 정도 분량으로 불어난 나머지 이리 연재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 작품입니다.

화수가 좀 특이한데, 이건 "화수가 평범하면 왠지 재미없을 것 같지 않아?"라는 사념이 제 머릿속을 하도 울려대는 통에, 할 수 없이 그 협박에 굴복하고 말았(뚝




이제부터는, 알게 되면 기운이 아주 쫙 빠지는 떡밥 해설.




다음엔 1화와 막장해설을 담도록 하지요.






Posted by 쿠루미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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